앤디 워홀이 그린 요셉 보이스 초상이 서울에

2024-06-02

팝아트의 제왕 앤디 워홀의 작품이 타데우스 로팍 서울 포트힐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다. 워홀의 작품이라고 하면 메릴린 먼로, 믹 재거 같은 팝스타나 캠벨 스프 등 대중문화를 떠올리게 되지만, 이번전시는 독특하게도 워홀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현대 미술가 요셉 보이스의 초상만을 몇 점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워홀이 보이스를 그렸다는 점이 독특한 이유는, 두 작가의 작업 방향이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보이스는 예술을 화이트큐브에서 벗어나 사회와 정치의 영역으로까지 확장시킨 20세기의 다빈치라고 불리우고, 그런가 하면 워홀은 미국의 상업문화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예술가로 대중문화, 소비문화, 상품을 캔버스에 가져와 공장에서 찍어내듯 작품을 제작한 또 다른 거장이다.

갤러리에 가면 워홀이 어떤 고민을 거쳐 보이스를 표현했는지 살펴 볼 수 있다. 워홀은 보이스의 상징인 펠트의 느낌을 내기 위해 레이온 플럭(rayon flock)을 사용하였는데, 이 트라이얼 프루프에 사용된 펠트 재료들은 정식 캔버스와 종이 작업으로 오면 다이아몬드 가루로 변하게 된다. 미국의 대중문화와 사회적 소비의 과잉을 드러내는 다이아몬드 가루는 워홀의 하이힐 시리즈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재료이기도 하다. 다이아몬드 가루 뿐 아니라 각기 다른 색깔의 실크스크린은 물론 드로잉으로도 초상을 그린 것을 보면 워홀이 보이스에 매료되었고 두 작가가 서로를 존중했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시대를 앞서간 작가들은 서로를 알아보았고, 나와는 방향이 다르더라도 좋은 에술이라면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는 동료 의식도 느낄 수 있는 귀하고 멋진 작품 감상의 기회를 가져보기 바란다.


                                                                                                                         Art Director, Skyla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