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페어에서 미술 흐름을 읽다.

2024-01-06

북미에서 가장 큰 미술시장인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가 얼마전 막을 내렸다. 1970년 스위스 바젤의 갤러리스트들이 주축이 되어 시작된 아트 바젤은 모던아트와 컨템포러리 아트를 다루는 페어다. 이들의 목적은 명확하다. 매년 가장 매력적인 예술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함으로써 컬렉터들의 작품 구매를 원활하게 하는 것. 지금은 스위스 말고도 미국, 홍콩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같은 이름의 페어가 지역을 달리해 각기 다른 에디션으로 나뉜 셈이다. 더욱 다채로와진 것이다. 

미술백화점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이번 아트페어는 세계 미술시장의 도매상 역활을하는 메이저 갤러리들이 참여해서 폭넓은 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아트 바젤에서 소개한 작품 중에는 전도유망한 신인의 것도 있고 이미 세계적 명성을 누리는 중견 작가의 것도 있다. 가격도 천 달러대부터 수천만 달러까지. 이런 작품들을 살만한 재력이 있는 컬렉터들에게 아트 바젤은 세계 정상급 하이엔트 브랜드들을 한 자리에 모은 원스톱 쇼핑센터이다. 

그렇다면 아트 페어는 돈 많은 일부 계층의 전유물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단순히 판매와 소비만 이뤄지는 자리가 아니라 유행을 읽는 재미난 놀이터이다. 아트페어를 미술품 오일장이라고 생각해 보자. 많은 화랑과 큐레이터, 작가가 같은 시간대에 한자리에 모이는 탓에 미술계 최신 동형과 흐름을 한 눈에 읽을 수 있다. 대규모 부스 형식의 이벤트성 아트페어를 경험하면서 관람객들은 짧은 시간에 다양한 작품을 구경 할 수 있다. 값비싼 예술작품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자신의 기호를 파악하고 관심 있는 작가와 작품이 가능성을 가늠하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아트페어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일류 갤러리들이 그 시점 자신 있게 내놓는 최고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 떄문이다. 

최근에는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이 예술품 컬렉팅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아트바젤과 스위스 금융사인 UBS가 공동으로 펴낸 '2023 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예술품 판매는 전년 대비 3% 증가한 678억달러로 추정되고, 팬데믹의 영향으로 온라인 미술시장이 확장되면서 컬렉터들의 연령이 낮아졌다. 실제로 2020년 이후 미술품 수집가 가운데 40세 미만이 20%를 넘는다. 

소신 있는 컬렉터들은 유명한 작가를 찾기보다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작가를 선택하며 시장을 활성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컬렉션 방향을 먼저 정하고 취향에 맞는 아트 페어를 찾아가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아트 페어의 본질은 판매와 구매이지만, 거래를 넘어서 오롯이 예술잔치로 즐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고가의 작품을 구매할만한 구매력이 없는 상태라면 관심 있는 작가의 저렴한 작품을 구매해 집에 걸어보는 것으로 부담없는 컬렉션을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결국 미술품 소장이 주는 즐거움, 작품을 통해 작가와 소통하는 기쁨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아트페어를 찾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만의 수집 역사를 만들어가는 행복한 컬렉팅이 가능해 질 것이다. 2024년은 천천히 작품들을 찾아보며 나의 취향을 찾아보는 한 해로 만들어 보자.


                                                                                                                      Art Director, Skyla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