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소개 - 비엔나1900, 꿈꾸는 예술가들

2024-12-15

"비엔나전은 지금까지 레오폴트 미술관이 해외에서 선보인 레오폴트 전시 중 가장 큰 규모이다. 에곤 실레의 작품 46점이 전시된 건 그간 아시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놓칠 수 없는 일생에 한번 있는 전시이다."라고 한스 페터 비플링어 레오폴트 미술관 관장이 말했다.

언젠가 자신의 그림을 매개 삼아 시공간을 초월한 교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던 에곤실레의 작품을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미술사를 바꾼 결정적 분기점이 몇 번 있었다. 1900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 빈이 그 중 하나다.  황금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청춘의 초상을 그린 에곤 실레, 표현주의 대가 오스카 코코슈카 같은 거장들이 '빈 분리파'라는 이름으로 세기말의 불안과 새 시대에 대한 기대를 예술로 분출했다. 정확히 한 세기가 흘러 2001년 세워진 레오폴트 미술관은 이 시기 빈의 예술혼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220여점의 '에곤 실레 컬렉션'을 비롯해 동시대 거장들의 명화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어서이다. 미술관 핵심 컬렉션을 옮겨온 비엔나전이 지난달 30일 개막 이후 매일같이 미술애호가들의 발길로 붐비는 까닭이다.

비엔나전은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역대 국내 전시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레오폴트 미술관이 에곤 실레의 대표작인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등 무려 191점의 걸작들을 내줄 만큼 전시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특별전이 막을 내리는 내년3월까지 클림트와 실레의 작품을눈에 담기 위해 순례하듯 들를  전 세계 수십만명의 미술 애호가들이 느낄 실망을 고려하면 놀랄만 한 일이다. 이 파격적인 결정을 이끈 비플링어 관장은 '1900년경 빈의 풍요로움에 대한 통찰을 한국인들과 나누고 싶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전시는 클림트와 실레 컬렉션의 해외 나들이 중 가장 수준 높은 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 배치, 전시 전반을 관통하는 디자인 등이 놀랄정도로 전문적이고 미학적으로 완벽하게 표현되어 있어 무대에 오른 작품들을 보는게 더 즐겁다는 목소리이다. 특히 전시의 시작점인 실레의 1918년 빈 분리파 전시회 포스터로 클림트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원탁이, 전시마지막엔 클림트가 존재하는 원화 작품과 겹쳐지는 미디어아트로 연출 된 것을 부독 빈 분리파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훌륭한 방식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비플링어 관장은 이런 수준 높은 전시가 나온 배경엔 유럽과 미국에서 영웅적인 위상을 가진 비디오아트의 선조 백남준, 미니멀리즘 대가인 이우환 등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까지 많은 한국 예술가들이 활약하고 있는 한국 미술이 쌓아온 성과가 있다고 짚었다. 이번 전시에는 에곤실레가 그의 경력 초기에 모든 중요한 전시회에 출품했던 작품이었으나 110여년 간 분실된 상태였다가, 지난해 다시 찾아내 한국에서 사상처음으로 선보이게 된 실레의 친구 막스 오펜하이머의 '자화상'이라는 작품이 있고 반드시 눈에 담아야 할 명작으로 꼽힌다.

일부러 작품감상을 위해 해외를 찾지 않고도 소중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세상이 혼란할 때 예술을 생각한다는 예술가들의 마음을 함께 읽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Art Director, Skyla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