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붙은 500원짜리 바나나, 뉴욕 경매에서 86억원에 팔려

2024-11-24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이 미국 뉴욕 경매에서 620만 달러, 한화로 약 86억7천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2019년 처음 선보인 이래 사상 최고가 낙찰이었다고 한다. 예상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팔린 '코미디언'의 구매자는 중국 태상의 가상화폐 기업가 저스틴 선으로 확인됐다. 그는 "예술사와 대중문화에서 그것이 차지하는 위치를 기리기 위해 조만간 이 바나나를 먹을 계획"이라고 밝히며 독특한 예술적 경험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작품은 굵은 강력 접착테이프를 이용해 벽에 붙여높은 바나나 한 개가 전부다. 낙찰자는 바나나와 접착테이프 롤 각각 한 개와 바나나가 썩을때마다 이를 교체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설치 안내서, 진품 인증서를 받게 된다.

이 작품은 카텔란이 2019년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 처음 선보인 것으로 미술계에 튼 방향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예술성보다는 작가의 유명세가 작품값을 좌우하는 현대미술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작품으로 세계 미술계의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었다. 당시 아트페어에서 한 행위예술가가 관람객 수백명이 보는 가운데 바나나를 벽에서 떼내 먹어버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최측은 관람객이 너무 몰리는 바람에 결국 작품을 철거하기도 했다.

작품은 총 세 개의 에디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당시엔 각각 12만-15만 달러(한화 약 1억6천만원-2억천만원)에 팔렸다. 그중 한 점은 이후 구겐하임에 기증됐고, 다른 두 점은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 이번 경매에 나온 작품의 이전 소장자는 알려지지 않았었다. 경매 전 추정가격은 100만-150만 달러(한화 약 14억-21억)로 제시되었지만, 약 6분간 이어진 치열한 입찰끝에 최저 예상가의 6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된 것이다. 80만 달러에서 시작된 입찰은 20초도 지나지 않아 최고 추정가인 150만 달러를 넘어섰고, 온라인 입찰자와 전화 입찰자 간의 경쟁 끝에 최종 낙찰됐다고 한다. 

수년간 미술계에 논란을 일으켰던 바나나가 팔렸다며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과일이 됐지만, 며칠 안에 버려진 가능성이 크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날 경매에 나온 작품 속 바나나는 경매 전 맨하튼 어퍼 이스트사이드 근처 과일 가판대에서 35센트(약 500원)에 산  브랜드 Dole의 제품이라고 전해졌다.


                                                                                                         Art Director, Skyla Park